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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기 카레이서가 알려주는 초보자 서킷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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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5.26
박 기자 꼴찌탈출을 위한 치트키, 오일기 드라이버
서킷 기록을 단축하는 방법 1

불과 2달 남짓의 수동 운전 경력으로 야심차게 도전했던 아마추어 카레이스 슈퍼챌린지 슈퍼 스파크 클래스 개막전 이후, 처참한 성적 덕에 ‘멘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 이후 연휴였던 일주일을 기사조차 손대지 않은채 실수만 되새기며 보냈다.


슈퍼챌린지 개막전 예선 인캠 화면 캡쳐

일주일을 ‘멘붕’에 빠져 허우적 대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경기는 불과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록이 개막전과 큰 차이가 없다면 꼴찌는 자명한 일. 이번에는 반드시 중위권까지는 올라야할 터였다. 처음에는 완주만 하면 된다던 주변 지인들도 “이제 슬슬 성적 내야지?”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개막전 결승 중 저지른 실수들은 사실 별 거 아니었다. 어차피 다른 선수들과 기록 차이가 너무 컸다. 예선 기록만 해도 1등과 무려 10초차이. 중위권하고도 5초 이상 차이가 났다. 이건 분명 몇번의 실수 문제가 아니다. 대체 내 문제가 뭘까?

경주차가 준비된 건 불과 개막전 경기 2주전. 드라이빙의 기초같은 것을 신경 쓸 시간도 없었다. 아직 스피디움 서킷도 다 못외웠는데, 기초 공부를 언제하다는 말인가. 일단 친한 지인들에게 답부터 알려달라고 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데 공식 유도 원리는 나중에 천천히 공부할테니 일단 해답부터 알려달라는 식. 공식조차 외울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스피디움 한 군데고 경주차는 스파크. 문제는 정해져 있으니 답만알면 된다는 식이었다. 차에 대한 이해도 서킷에 대한 연구도 없이 그저 답만 원했다.

문제는 사람마다 답이 다 다르다는 것. 타는 차와 운전 성향에 따라 서킷을 읽고 경주차를 다루는 법이 다 다른데, 그걸 억지로 따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내게는 사공이 너무 많았다. 자신의 스타일이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문제는 그들의 답이 미묘하게 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게 어떤 방식이 맞는지 조차 모를만큼 초보라는 것.

‘치트키’를 쓰기로 했다. 바로, 자타공인 국가대표 카레이서 ‘오일기’ 선수에게 지도를 받는 것. 유명 방송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도 출연하고, 많은 레이서의 스승님으로 불리는 오일기 선수. 오일기 선수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작년 여름, 제일제당 레이싱팀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빠 동생’ 하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누군가 가르쳐본 경험이 많고, 남도 나도 가장 인정하는 드라이버. 그래, ‘친한 오빠’는 이럴 때 써야지.

슈퍼챌린지 2라운드 결승 일주일전, 일기 오빠가 출전하는 슈퍼레이스가 전라남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렸다. 평소 그의 바쁜 스케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라, 시간 약속을 따로 잡았다가는 절대 다음 경기 전에 만날 수 없었다. 무작정 영암으로 찾아갔다. 미처 반갑다는 인사도 하기 전,

”오빠, 내 인캠보고 운전 좀 가르쳐줘”
”그래, 어떻게 타는 지 보자”

경기를 앞두고 신경이 온통 예민해져 있을 텐데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가져와 보란다. 오히려 회사에 취재를 핑계로 찾은 경기장이라 오히려 내가 시간이 없었다. 결승 경기가 끝나고 기사 마감도 한 후 만나서 물어보기로 했는데, 아차, 제일제당 레이싱팀 피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정리에 들어갔고, 다들 바로 회식하러 가는 바람에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응원하러 온 건지, 귀찮게 하러 온 건지. ...

”나 당장 다음주가 경긴데…다음주 평일에 오빠 시간 안될까?”
”내가 다음주에는 인제에 가있어, 금요일에 돌아오는데”
”아, 나는 금요일에 인제에 가는데… 혹시 내일은 안되겠지? 너무 피곤하겠지?”
”제일제당 캠프로 와라, 그럼. 괜찮다”

바쁘고 피곤한 사람 괴롭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마음이 급했다. 일요일 밤에 전라남도 영암에서 인천으로 출발해 새벽에 도착했지만, 월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준비하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제일제당 레이싱팀 캠프로 향했다.

용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마침 제일제당 레이싱팀 김의수 감독과 미캐닉들도 함께 캠프에 도착해 경기장에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운전하고 오느라 피곤했을 것 같아 선뜻 말을 못 꺼내고 눈치만 보고 있자, 고맙게도 일기 오빠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인캠 가져와 봐라”
”내가 아직 변속도 잘 못해, 수동 2달된 초보라는 거 잊지 말고…”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실력이라, 나도 모르게 변명부터 튀어나갔다.

”가장 빠른 게 몇 초인데”
”2분 22초?”
”너 말고, 너네 클래스에서”
”아, 2분 11초?”
”10초가 넘게 차이나네”
”...”
”예전에 아는 형님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클래스 베스트랩하고 1초 이상 차이나면…”
”하지말라고?”
”헬멧으로 ‘졸라’ 뚜드려 맞아야 된다고”
”이 기회에 날 때리고 싶어하는 거 같아...”


슈퍼챌린지 개막전 예선 주행 영상을 보며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있는 오일기 선수

”이 봐라, 너는 변속이 느린 걸 떠나서, 변속하는 위치가 잘못되어 있네. 이러니까 네가 당황해서 클러치를 밟고 있는거야. 그럴 수 밖에 없지. 자, 기초부터 설명해줄게”

오일기 선수는 초보자인 내 눈높이에 맞춰서 기초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역시 많은 선수들을 가르쳐본 티가 났다. 인캠을 보며 내 운전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잘못 타게 되는 지를 콕 찝어 알려줬다. 막힌 속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감속은 느린데 CP 진입은 빨라, CP가 아닌 그 앞쪽을 지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라인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연석도 잘못된 방향으로 타고 있던 것. 서킷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파악하고 분석한 서킷이 아닌 남에게 들은 레코드 라인만 외우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기초적인 내용이고 이전에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지만, 실전에 적용할 만큼 제대로 알고 있진 않았다. 또한 주행 영상을 볼 때는 레코드 라인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시선부터 기어 변속 타이밍, 엔진 소리는 물론 타이어 비명소리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스스로의 문제점을 제대로 찾고 개선할 수 있다.

코너 진입과 탈출, 시야와 시선, 서킷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법과 연석 활용법, 그리고 내 차에 대해 파악하는 것까지 오일기 선수가 초보인 나를 위해 ‘맞춤 첨삭 지도’해 준 내용을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절망에 빠져 있는 나와 같은 처지의 서킷 초보자가 있다면 함께 영상을 돌려보며 공부해 보자.



영상 내용을 9가지 팁으로 정리

1. 이상적인 코너 진입 및 탈출
아마추어든 프로든 카레이서를 한 번쯤 꿈꿔본 사람이라면 모두 들어봤을 코너 공략법,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 정말 기초 중의 기초인데도 막상 욕심이 앞서기에 서킷에서 지키기란 쉽지 않다. 코너 진입 시 턴 포인트 전에 강한 제동을 먼저 마치고, 기어를 바꾸고, 그 다음에 스티어링을 감는다. 그리고 클리핑포인트(CP)까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확 떼어버리면 관성에 의해 차는 다시 조금씩 가속된다. 즉 CP까지 섬세하게 브레이크 답력을 줄여가며 속도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다시 가속할 때는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는 힘을 늘려가야 한다. 감은 스티어링휠을 푸는 만큼 가속 페달을 더 밟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바퀴가 차체와 일직선을 이룰 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주며 탈출해야 하는 것. 코너 진입 속도를 높게 가지고 가야 얻는 거리는 15-20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해 가속 포인트 1m가 늦어지면 연결되는 다음 코너까지 쭉 늦어진다. 1초 욕심 내다 2초를 잃게 되는 거다.

2. 시선 처리의 중요성
사람은 주변시가 넓으니 이걸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콘을 세워두면 콘 앞에서만 본다. 바로 앞의 콘은 주변시로 보고 가고 다음 콘을 찾아야 한다. 운전자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으로 차가 가기 때문. 스핀 할 때 펜스를 보면 펜스에 박는다. 운전자가 보는 데로 습관적으로 턴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에 갈 곳을 봐라.

3. 미래형 시각을 가져라
드라이버의 시각을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나쁜 건 과거형. 이미 지난 실수를 걱정하거나, 지나고 있는 CP를 계속 보는 경우다. 실수 했든 잘 했든 지난 건 잊고 미래(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 코너가 이어지는 연속 코너의 경우, 진입을 실수했다면 두 번째 코너는 세 번째 코너를 잘 탈 수 있는 라인을 만들어주는데 신경 써야 한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탈출이다. 마지막 코너에서 탈출을 잘 해야 한다.

4. 서킷을 연구해라
힌트는 서킷 안에 다 있다. 빠른 차들이 어떻게 가는 지 트랙과 연석에 타이어자국으로 다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게 차로 진입할 때는 안 보인다. 그리고 정면으로만 걸어가도 안 보인다. 차의 운전석이 갔으면 하는 방향으로 서킷을 직접 걸어봐라. 코너를 지나 뒤돌아보면 코너를 차가 어떻게 나와야 하는 지가 보인다. 어디서 어떻게 흘러나와야 할 지를 알 수 있다. 평지라고 생각했는데 각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연석의 높낮이와 형태도 파악할 수 있다. 서킷은 직접 걸어봐야 한다. 분석하면서.

5. ‘가지치기’를 이용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라
드라이버가 조절 할 수 있는 세 가지는 스티어링,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다. 서킷마다 코너는 다 다르다. 자신만의 포인트를 정해서 조금씩 조절해보며 빠른 길을 찾아가는 거다. 만약 터닝 포인트를 정해서, 40m, 50m, 60m에서 스티어링을 했다. 만약 50m가 제일 괜찮았다. 그럼 여기서 스티어링은 70도, 80도 90도를 해본다. 스티어링,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의 양과 지점, 이런 것들로 가지를 만들어가면서 맞는 걸 찾아간다.

6. 연석을 제대로 활용해라
연석을 탈 때 차의 반응을 잘 느껴야 한다. 대부분 연석을 탈 때는 한쪽이 들리고 한쪽이 눌리면서 그립이 더 잘나온다. 특히 전륜구동 차는 뒤를 흘려 줘야 앞쪽 그립이 잘 나오기 때문에 연석을 활용하는 것. 연석을 밟는 또 다른 이유는 코너의 곡률을 펴서 가기 위해서다. 그럼 되도록 라인에서 나갈 때 연석을 밟아서 뒤를 좀 ‘날려’줘야 한다. 진입 때 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진입 때 탔다가 떨어지면서 차가 밀리니까 스티어링만 더 감게 되는 역효과가 난다.

7. 정확한 차 폭 파악
공도에서는 사이드 미러까지가 차폭이지만, 서킷에서는 A필러 아래 타이어까지가 차 폭이다. 더 넓게 생각하면 안된다. 그래야 라인을 제대로 그리고 연석을 정확히 쓸 수 있다. 차폭에 대한 감이 없으면 가야할 곳을 못보고 계속 지나고 있는 지점을 쳐다보며 파악하게 된다. 차 폭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8. 엔진 회전수 관리
같은 속도에서 턴하더라도 엔진 회전수(RPM)를 너무 떨어뜨리면 다시 살리기 힘들다. RPM를 유지하면서 라인을 만들어가야한다. 특히 슈퍼챌린지가 열리는 인제 스피디움 서킷은 고저차가 심해 가속이 늦으면 코너 지날 때 차이가 엄청나다.

9. 타이어 그립
언더스티어가 약간 날 때, 타이어가 막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가 타이어 그립은 가장 좋다. 소리가 커질수록 당연히 그립은 떨어진다. 스티어링 정도가 커서가 아니라 타이어 한계가 와서 소리가 날 때, 이 때 스티어링을 더 돌려버리면 안 일어날 언더스티어를 일으켜서 크게 만드는 셈이다. 코너를 과진입했다면 턴을 미리 하지 말고 더 누르고 더 감속해서 돌려야 한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